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자국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날의 광경은 대한민국 어느 작은 마을, 세친구에게 큰 감명을 가져다주고 또 다른 우주인과의 만남도 주선해준다.
모두 무서워서 피했던 마을 꼭대기 당산나무 근처 무당집의 손녀딸 지영.
그런 지영을 보며 괴물이라고 소리지르는 세 소년
지영은 그런 그들로부터 나는 괴물이 아니라고 부엌에서 칼을 들고와 자신에게 상처를 내려고 한다
그런 지영을 세친구 중 한명인 동수가 막아내고, 칼에 베인 동수의 손을 지영이 스카프로 매어준다
그것이 그들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


사실 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주제나 교훈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할말이 없다.
워낙 좋은 리뷰들이 많아 내가 살을 덧붙일 게 없기도 하고(사실 잘 쓸자신도 없다ㅋㅋ)
진실을 위한 방송 아폴로 라는 문구만 봐도 그 뜻은 어느정도 짐작이 되니까..

그냥 다 떠나서 온전하게 내 마음에 남는 것은 세친구와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가장 대단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 지영이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중에 혼자 남았고
아무도 찾아주지않는 할머니의 상갓집에서 상화만이 곁을 지켜주는데도
그 상처들을 한번드러내지도 않고 나는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지영이는 얼마나 강하고 대단해보였던지.

투닥대면서도 한번도 선을 넘지않는 세소년의 우정도 대단했다. 아 물론 여기에 지영이가 끼면 금상첨화
남자 아이들의 우정도 우정이지만
서로가 이성임을 인지하면서도 단 한번도 홍일점의 위치를 내세우지않는 지영이와
그런 지영이에게 계속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언제나 같은 거리에서 소녀를 지켜주던 상화
가장 철없고 촐싹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윤활유처럼 서로를 부드럽게 이어주던 명철
다들 인정할 정도로 가장 어른스럽게 모두를 끌어주는 동수..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인 네친구들의 우정에 그냥 눈물이 다 났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던 날
상화에게 니가 제일 보고싶었어야
하고 건네는 지영이의 한마디
그 말을. 그대로..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웃는 상화

비오던 날 당산나무로 모여들던 열일곱살의 아이들
동수와 명철은 아무렇지 않게 웃옷을 벗어서 나무에 말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눈길을 돌리며 쭈그려 앉는 지영
그 와중에 혼자만 안말려도 된다면서 옷을 벗지 않던 상화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부모님때문에 상갓집을 지켜줄 수 없었던 동수와 명철대신
밤새워서 지영의 옆을 지키던 상화
"아 니 자는 사이에 다 왔다갔어야"
그런 상화의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아서..고마워 하면서 조용히 마을을 떠나버린 지영

서울, 잡동사니가 가득 찬 삼촌의 좁은 방에서 지영이에게 두근거림을 느끼던 상화

그날이 오기전, 
상화에게 할말이 있다고 전하는 지영
눈치봐서 상화를 밀어주고 뒤로 빠지던 두 친구
사실은 다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끝내 울음이 터진 지영이와 상화사이로 아무렇지않게 우리도 괜찮다고 해주는 동수와 명철

결국 최후의 그날이 올때에 세명..
그 때도 가장 어른스러웠던 건 동수
모두 아팠을 테지만..
바닥에 무너져서 온몸을 뒤틀면서 오열하는 상화에게
너는 괜찮냐
라는 말을 던져줄 수 있는 친구

"우리 방송하자"

아 시간이 좀 길었으면 한번은 더봤을텐데 벌써 이렇게 기억이 안난다ㅠㅠ
그런 네명의 이야기였기때문에 이 연극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슬프게도
..현실의 문턱으로 돌아오면서 아직 갇혀있단 기분이 든것을.
아직도 우리는 지영이에게 당당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있는 것 같다



2015.11.14 아폴로 프로젝트
 「토끼의 앞뜰」 Photo by cong